김예나_31_북메이킹 아티스트 3년차주제 : 꿈 너머의 꿈을 꾸는 즐거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예술중학교와 예술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에서는 섬유예술을 전공했다. 전공을 통해 염색이나 자수,직조 등 섬유 다루는 법을 배우고 경험을 쌓았는데 그것이 지금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물질을 다루는 감각이나 경험을 종이로 확장시켜 지금은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사진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지금 내가 속해있는 닻프레스의 대표님이다. 그때의 인연으로 대표님과 함께 책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아동복 MD일을 잠깐 할 기회가 있었지만 나와 맞지 않았다.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작업 할 것인가,일 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대표님의 제안을 받았다. 손으로 책을 만드는 일은 작업으로써 또 일로써 나를 채울 수 있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책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적절한 컨텐츠를 찾은 뒤 맞는 재료를 고른다. 어떤 순서로 어떻게 책을 완성할지 정한 후 묶고 다듬고 엮는 과정을 거친다. 디자인과 종이를 직접 결정한 후 제작을 의뢰하는 시람이 있고,컨텐츠 기획부터 내가 참여해서 함께 완성히는 경우도 있다. 작가가 참여해서 만드는 경우에는 한 달 정도 걸리거나 더 오래 걸리기도 하고 제작만 하는 경우에는 일주일 안에 완성되기도 한다. 모든 책이 각 과정에서 내 손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을 느끼고 애정도 생긴다. 내 작업으로서의 결과물이 아니라 작가 작업의 연장선에서 참여해 공동작업으로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책은 판매를 위한 책이라기보다 작가의 책이다. 액자에 담긴 작가의 프린트처럼 책으로 묶인 작가의 작업 개념이다. 워크샵을 통해 수제책공방, 실크스크린, 사진, 검프린트 등 다양한 수업도 진행한다. 나는 ‘수제책 공방’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가르친다기보다는 내가 아는 재료를 다루는 법이나 바인딩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수강생은 다양하다. 소설, 그림, 사진 등의 컨텐츠를 묶어 나만의 책을 만들고자 하는,손으로 작업하는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많이 참여한다. 수강생의 아이디어를 보고,또 그들의 작업을 책으로 완성해 가면서 나도 배우는 것이 많다. 책을 만드는 일이 로맨틱해 보이지만 막상 직업이 되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 안팎으로 즐거움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일에 재미가 없으면 보람도 없다. 내가 일 안에서 찾은 즐거움은 내 책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작업하는 것이다. 대학 수업 중에 직접 나무를 갈아서 증이를 채취하고 그걸 실로 묶어 책 한 권을 만드는 수업이 있었다. 그때부터 내가 읽던 소설책이나 잡지가 아닌 오브제로서의 책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일을 하면서도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해 계속 찾아보고 어떤 재미있는 책이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나는 재료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편이다. 수업 중에 어떤 분이 소설을 가지고 와서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책이 소설과 한 몸이 될 수 있도록 종이의 색상, 두께, 질감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려면 그분의 소설을 읽어봐야 한다. 그 과정이 재미있다. 힘든 만큼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기에 일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 실크스크린이나 레터프레스 등 다양한 프린팅 기법을 더 공부해서 그런 작업으로 책 만드는 것이 단기목표이다. 넓게는 다앙한 작업을 하시는 분들과 함께 재미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아트북 외에 책을 위한 작업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작부터 책을 염두에 두고 작가와 함께 작업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 책 만들기에 관심이 있으면 책을 많이 접해보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책이 다앙한 형태로 나와 있다. 모든 책을 만져보고 들어보고 넘겨보는 게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약간의 손재주와 재료를 보는 감각, 기계를 다루는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는 본인만의 감각이 있어야 한다. 나를 포함해 두 명이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데,똑같이 만들었는데도 나도 상대방도 자신이 만든 책을 골라낼 수 있다. 신기하다. 잘하고 못하고의 개념이 아니라 감각이 다르다. 각자의 개성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요소는 매우 많지만 특히 전시회에 가서 작업을 보면 그 작업으로 책을 만들고 싶어진다. 아직은 지인들과 함께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정도이지만 좀 더 실력을 쌓고 자신감을 길러 여러 작가와 작업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꿈을 계속 꾸는 게 좋다. 누군가 꿈 너머의 꿈을 꾸라고 했다. 내가 막연하게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눈으로 보이는 공간이나 기계도 없었다. 대표님 머릿 속 아이디어와 몇 평 안 되는 대표님 개인 작업실이 전부였다. 창립멤버가 모여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같은 꿈을 꾸면서 배우고 탐구하고 노력했다.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보다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닻프레스는 직장이라기보다 같은 이상을 좇는 공동체다. 우리뿐만 아니라 ‘크루’를 만들어 나가는 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로망이고 괴리의 탈출구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과정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우리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서로 힘을 주고 받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꿈과 함께 그것에 투자할 시간,노력,열정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래야 크루를 형성해도 삐그덕거리지 않고 균형을 이뤄 굴러갈 수 있다. 함께 하고 싶은 공동체가 있다면 문을 두드리는 방법도 있다. 확신이 있다먼 주저하지 말고 먼저 문을 두드리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월간 크래커 CRACKER YOUR WARDROBE 2013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