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헌&양정욱 _Bookmaking Project 2014닻프레스갤러리 7.2~8.10 / 닻미술관 8.23~9.28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그들을 둘러싼 공기를 변화시킨다. 소리없이 팽팽한 긴장이 흐르기도 하고, 말없는 눈빛에 적의가 담기기도 하며, 작은 움직임에도 서로를 향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기도 한다. 전혀 다른 두 작품의 만남도 그들을 둘러싼 공기를 변화시킨다. 배종헌과 양정욱의 작품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진지하고 조용한 두 사람의 만남 같다. 배종헌과 양정욱의 2인전은 닻프레스갤러리에서 지속해오던 북메이킹 프로젝트와 전시를 결합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전시 작품 가운데 두 작가의 책이 놓이는데, 이 책은 기존의 전시들에서 볼 수 있는 도록개념이 아니라, 미술작품과 다른 형식의 또 다른 작품이다. 물론 두 작가의 드로잉과 글을 담은 이 책들은,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배종헌의 작품들은 그 스스로 만들어낸 별에 관한 긴 이야기와 관계된 것들이다. 어느 날 하늘에서 별이 사라지게 된 계기,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니 온 천지에 별들이 있고(벨큐브나 스타벅스의 로고 같은 인공물들), 그런 인공의 별들에 둘러싸여 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그의 이야기는, 드로잉과 텍스트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설치작품으로 만들어져 각각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이어진 별자리와 같은 하나의 세계를 구성한다. 양정욱은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어내는데, 이 작품들의 형태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어딘지 사람을 닮아 있다. 물론 그 조각적 형태가 사람을 닮지는 않았지만, 그 움직임은 연약한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시각화한 것처럼 보인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예민한 감정을 표현하는 듯한 그 반복적인 움직임들은, 거의 소설이라 불러도 좋을,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회사와 같은 일상을 배경으로 하여 몇몇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키네틱 작품으로 구현되는 것은 인물과 사건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의 모양인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 보인 두 작가의 작품은 문학적 서사와 미술의 고전적관계를 다시 숙고하게 할 뿐 아니라, 형태를 가진 '책'이라는 존재가 문학과 미술과 그리고 우리의 삶과 맺는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문학과 책이 가져왔던 당연한 관계, 한권의 책이 조형적 고려를 통해 특정한 형태로 만들어져 온 역사, 그리고 그 책이 우리의 손으로 들어와 열어 보여주는 세계, 책이 보여주는 세계를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의 삶… 등을 생각해보면, 책은 단지 정보를 담아 대량으로 복제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만으로 단순하게 설명 할 수 없는, 문학과 미술과 세계라 만나는 접점이 되어왔다. 형태를 가진 책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하게 퍼지고 있는 지금, 배종헌 양정욱 두 작가와 닻프레스(이곳은 갤러리뿐 아니라 수제책을 소량 제작하는 스튜디오이다)는, 작가의 텍스트와 미술작품, 그리고 그 자체로 형태이면서 내용인 책을 통해, 문학만으로 볼 수 없고 미술만으로도 볼 수 없는, 통합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글ㅣ이윤희(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