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스포츠의 라이프매거진 <SOMEWHERE> 두번째 호에는 사진가 Barbara Bosworth의 <Fireflies>작업이 소개되었습니다. 본다는 것의 순수한 기쁨text. 주상연 사진은 누군가가 바라보았던 시간과 장소의 한 프레임이다. 예술 작품으로 사진을 감상하는 것은 누군가의 시선이 닿았던 고유한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바라보는 것은 밖의 세상과 내 안의 세상이 마주하는 순간인데, 이는 생각보다 객관적이거나 사진기만큼 공학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빛이 눈으로 들어가 망막을 통해 지각되고 사진의 프레임으로 선택되어 남겨지는 것, 무수히 많은 프레임의 사진들이 걸러져 작품으로 보여지는 것은 분석이 불가능한 지극히 인간적인 예술 창작의 과정이다. 예술대학에서 사진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에게 첫째, 사진의 소재는 실제 보이는 것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 사진 수업에서 추상에 가까운 감정이나 생각, 꿈, 미래를 찍겠다는 당찬 도전은 대부분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럴듯하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에 익숙한 미대생들에게 순순히 바라보고 걸러내는 사진을 배우는 일이 오히려 난감한 숙제였으리라. 사진가가 자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대자연의 풍경 앞에서 그것을 온전히 보지 못한다. 자기 안으로부터 나오는 창작의 방법에 익숙해지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 온전히 투명한 하나의 프레임이 되는 바바라 보스워스의 사진은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하다. 화려한 기교의 이미지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그녀는 '보통의 특별함(super normal)'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좋은 작가다. 바바라 보스워스는 왜곡 없이 투명한 생의 증인이 되고자 사진을 선택했다. 어린 시절 숲 속의 집에서 보냈고, 이곳은 그녀가 일평생의 작업 소재로 삼은 자연의 어떤 원형으로 남았다. "어릴 적 살던 집의 거실 창문을 찍은 것이 있어요. 그 사진을 보면 창 밖의 숲과 시냇물, 땅을 바라보는 어릴 적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죠. 나는 그 창문으로부터 사진 찍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그 창문을 통해, 직사각형 프레임을 통해 세상 보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스워스는 더 선명히 바라볼 수 있다는 이유로 세부 묘사가 뛰어난 8×10 대형 뷰카메라를 선택했다. 시간을 버텨낸 나무, 오후의 햇살이 스며든 숲과 흐르는 강물, 그 길에 머물렀던 가족의 모습, 빛으로 신호하는 반딧불이와 밤하늘의 별빛이 생의 기억으로 필름에 담긴다.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와 그 이야기. 그녀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조화롭게 연결해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낸다. 무한의 시공간에서 제한된 프레임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영원할 것만 같던 어떤 감정도 스치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짧은 생 안에서 평생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우주의 먼지만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영겁의 시간을 지나온 하늘의 무수한 별과 흐르는 강물은 경외의 대상이 되어 사진의 소재가 된다. 하늘과 땅에는 삶과 죽음이 함께 있고 사진가에게 빛을 본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순수한 기쁨이다. 보스워스가 사는 곳은 미국 동부의 뉴잉글랜드 지역, 콩코드라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호수가 있는 곳으로, 미국의 정신을 이룬 많은 문인과 사상가, 예술가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은 그곳은 오래된 숲과 흐르는 강이 조화로웠고 충만한 빛과 공기의 온도가 그녀의 사진과 닮아 있었다. 월든 호숫가를 그녀와 함께 걸으며, 사진가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이 작업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 함께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존재의 본질은 외형이 아닌 그 깊이에 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스스로 완전하다. 오랜 시간을 바라보고 기다려 스스로를 드러내는 자연을 만나는 보스워스에게 사진이란 모든 삶의 순간이다. 그녀가 생을 사랑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며 지금 이곳에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빛이 드는 투명한 창이다. "사진가는 작업에 대해 어떤 답이나 결론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되며, 살아 있음에 대한 비밀과 경이로움에 대해 언제나 열린 태도로 질문해야 합니다. 어디에 있든 그곳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과 질문이 보이기 때문에 나에겐 한번도 사진의 소재가 고갈된 적이 없었어요. 여행할 때면 항상 창밖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찾죠. 사진은 그 순간에 내가 바라보고 생각한 것, 그 전체를 포함하는 온전한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관련 서적 (링크):<반딧불, 바바라 보스워스> FireFlies, Barbara Bosworth 관련 링크:https://www.kolonsport.com/Content/63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