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수거함과 그 주위에 모여있는 쓰레기는 동네의 풍경이다. 1998년 외환위기에 헌옷이라도 모아서 불우이웃을 돕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그 물체의 등장은 본래의 의미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오브제를 불러모은다. 수거함 주변으로 모인 쓰레기는 넓게 보아 의도치 않은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결국 이 행위가 동네 주민들과 예기치 않은 합동작업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수거함은 기존 공간과 부조화를 일으키고 개개인의 우연한 행위로 매일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도로를 침범해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민원과 헌옷수거함의 실체라며 밝혀진 수거된 의류의 사익창출은 다른 종류의 소외를 불러일으킨다. 가지는 것과 선별하여 버리는 것, 몰래 버리는 것, 버린 물건의 소유에 대한 미묘한 심리를 담고 있다. 일상에 파묻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데에도 주목 받지 못한 피사체이자 현대에 있는 물건이고 앞으로는 사라질지도 모르며, 이전에는 없었던 존재의 기록으로서 말이다. 미국의 행동전문가 제프 페럴은 길거리 세계는 집과 같은 개인적 공간과 사회적 삶이 이루어지는 공적 공간의 경계에 위치하며 각 개인과 공동체의 자원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떠남과 머뭄 사이의 긴장, 정착과 이동 사이의 변화는 모두에게 있는 경험이다. - 서문 갖다, 버리다Photographs by 최다혜 2018 / 46pages / 19.6x27cm / Perfect Binding / Softcover with Dust Jacket 이 책은 2018년 4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포트폴리오 만들기 워크샵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