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혐오Franz 12.8 x 19.5 cm / 304 pages / Offset Printing / 사철양장제본 음악 관련 출판사 프란츠에서 닻북스에 두번째로 의뢰한 작업입니다. 닻북스에서는 디자인만 진행하였고, 제작은 옵셋으로 진행되었습니다.단행본에서는 흔치 않은 북클로스 양장제본은 책을 한결 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책 구매는 프란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합니다. Franz.kr 음악은 아름다운 것인가, 저주스러운 것인가? 『음악 혐오』는 문학, 역사, 철학, 신화, 예술 등을 폭넓게 넘나들며 고유한 문학적 영토를 일구어 온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1948∼ )가 음악의 시원과 본질을 탐색한 작품이다. 음악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처럼 들리는 이 책의 제목은 보는 이에게 본능적인 당혹감을 준다. 그는 대대로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에서 자랐고 그 자신 역시 뛰어난 첼리스트이자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게다가 이보다 5년 앞서 발표하여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은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는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그이기에 의문은 더 커진다. 키냐르의 음악 증오는 그가 줄곧 보여 준, 뿌리 뽑힌 현재에 대한 근본주의적 부정의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당대에 들어와 비약적으로 증폭된 음악의 오남용 사례는 그로 하여금 음악의 본질을 되짚어 보게 한다(가령 나치가 유대인들을 학살하면서 음악을 이용한 일은 음악이 어떻게 현실의 타락과 인간의 노예화에 일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극단적 사례다). 키냐르가 다루는 대상이 무엇이든 결국 문명의 흔적조차 없는 가장 먼 과거로 수렴되었듯이, 이 작품에서도 그는 최초로 소리가 발현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음악의 원형을 제시한다. 마치 땅속에 묻혀 있는 태고의 음향적 부스러기들을 파내어 그것에 담겨 있는 마음을 읽으려는 듯이. 혹은 되찾을 수는 없지만 사라진 선율들을 어렴풋이 떠오르게 하려는 듯이. 하지만 그 원형이 어떤 신비적이고 이상화된 모습으로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눈물, 탄식, 고통, 공포, 경악, 회한, 피 냄새, 죽음 같은 어둡고 폭력적인 것과 강박적으로 엮여 있다. 이는, 음악을 듣기 좋은 음을 배합하는 기술로 간주하는 우리의 일상적 관점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게 만든다. - '음악에 이르는 길'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