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the unconscious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 무의식에 렌즈를 비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눈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 너무 작거나, 너무 크거나 혹은 너무 관념적이거나. 사진작가 주산연은 우리 눈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경계에 다가가 셔터를 누른다. 이렇다 보니 작품은 대부분 형체가 명확하지 않다. 실체는 경계를 거부하고 배경으로 스민다. 뿌옇게 흐려지는 실체, 흔들리는 경계들, 작가는 렌즈를 통해 '본다'라는 행위가 갖는 불가능성에 대해 질문한다. '우리,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온 편지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는 극히 한정적이다. 가시 범위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길이 없다. 지금껏 많은 예술가들은 가시 범위 밖에 있는 '무언가'를 위해 실패하고 또 실행했다. 시인은 문장과 문장 사이로, 소설가는 사건과 사건 사이로, 음악가는 시간과 시간 사이로, 무용수는 공간과 공간 사이로 그곳을 짚었다. 사진작가는 사진기를 통해 세상을 본다. 사진기의 렌즈는 작가의 눈처럼 예민하다. 주상연 작가의 사진기는 현실 재현의 도구가 아닌 초현실적 표현의 도구로써 빛과 빛이 아닌것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사진기에 포획된 피사체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진다. 은밀하다. 사진을 좀 더 보고 있으면 작가의 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군더더기 의미들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세탁되고, 물질이 갖고 있는 실체만 남는다. 아우라가 벗겨지면 진짜 아우라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통념적 사진의 의미에서 한 발 벗어날 때, 우리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가시 범위 밖의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물, 불, 공기, 흙으로부터 온 사진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4원소를 통해 꿈과 상상력, 이미지의 본 모습에 대해 말했다. 각 원소가 갖고 있는 에너지는 생생한 모습으로 눈 앞에 보여지기도 하고, 인간의 상상으로 발현되어 물질의 경계를 부수는 힘을 갖기도 한다. 주상연의 사진 기저에는 바슐라르의 사상이 깔려 있다. 특히 초기 <흙, 물, 하늘, 날개展>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는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각 원소들이 갖고 있는 원초적 에너지를 최대한 이끌어내려 한 모습이 보인다. 2004년 2월에 열린 <Walk on Water>에선 물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부유성, 물질성 등 물이 갖고 있는 다른 차원을 이끌어내며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으로부터 온 주상연최연하 큐레이터의 저서 <사진의 북쪽>에선 주상연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주상연의 사진은 존재와 세계를, 사물과 영혼을 연결하는 공기 같은 통로로 존재한다. 그것은 사진-자연과 인간이 결국 함께 갈 수 밖에 없다는, 겸손한 성숙의 단계에 도달했다는 말이다." 사물을 지움으로써 사물 바깥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은 마치 영매가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하는 에너지와도 닮아 있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에 있다. 가시세계를 통해 비물질적인 것들을 볼 수 있게 한다. 나에게 카메라는 현실 재현의 도구가 아닌 초현실적 표현의 도구다. 자연, 물리적 세계에는 나의 정신을 자극하는 많은 단서들이 있다. 물리적인 세계의 실체가 정신의 우주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음을 느낄 때, 나는 그것을 사진기에 담는다." EditㅣLee Jaeseng, PhotoㅣSangyon 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