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스포츠의 라이프매거진 <SOMEWHERE> 첫 호에는 매거진 깃 8호<월든>에서 소개해드렸던 작업들 (작가: Eliot Porter, Kirk & Gretchen, David Ellinsen)과, 사진가 Wayne Levin의 <Flowing>작업이 소개되었습니다. 파르나소스를 향하여text. 주상연 자연은 예술가에게 언제나 창조적 영감의 근원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파르나소스 산( Mount Parnassus)은 신들이 거하는 곳으로, 시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근원적 장소를 상징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장소가 가진 생태적 특성이 다른 곳보다 더 특별한 기운을 가진 곳들을 만난다. 도시의 빌딩 숲에 더 익숙한 현대인이라도 미 서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원시림들 – 그랜드 캐니언이나 요세미티 같은 장소를 방문하면 말로는 다 표현할 수없는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감탄하게 된다. 눈으로다 담을 수 없는 신비한 풍경을 사진의 프레임 안에 넣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 포기하고 시공간을 초월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한계를 겸허히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원대한 서부의 대자연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필자에게 다가온 특별한 장소가 있었다. 미국의 북동부 뉴잉글랜드에 콩코드라는 마을의 작은 호수, 월든이다. <월든( Walden)>은 미국의 문인이자 철학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Henry David Thoreau)의 책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여러 번 그 호수를 방문하여 사진을 찍고 이와 연계하여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100년 전 출판되어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는 <월든>은, 미국을 대표하는 컬러사진의 대가이자 생태학자인 엘리엇 포터( Eliot Porter)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스스로를 소로우의 제자라고 여겼으며, 소로우의 글과 자신의 사진을 묶은 사진집 <자연은 그대로 두는 것이 지키는 것이다 : In Wilderness is the Preservation of the World>( 1962) 를 출판해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가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이 말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주는 의미는 봄의 꽃이나 가을의 낙엽들, 산의 풍경 그리고 무수히 많은 자연의 심미학적 모습들일 것이다. 그것들은 반론의 여지없이 아름다운 것이지만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만은 아니다. 사실 나의 사진은 누구나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가장 극명하고 피상적인 자연의 모습이다. 그것들은 자연의 위대한 풍경의 정점의 모습이다. 근본적이고 힘이 되는 이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은 계절과 계절을 거쳐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조용하고 느리게 진행된다. 자연의 중요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연은 보존되어야 한다.” - Eliot Porter (New York: New York Graphic Society Books, 1991) 필자가 기획한 전시 <월든으로부터>( 2016, 닻미술관)를 통해 엘리엇 포터의 사진집을 만나고, 자연을 주제로 삼은 현대 사진가들에 대한 리서치가 이어졌다. 미국의 가장 위대한 결정이라고 전해지는 국립공원 보존법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그 당시 칼튼 왓킨슨( Carleton Watkins)이라는 사진가가 찍은 신성하고 아름다운 요세미티 사진들이 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미서부 사진의 전통은, 커크 크리펜스와 그레첸 르마이스트레( Kirk Crippens and Gretchen Lemaistre)라는 사진가들의 작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커크와 그레첸의 <살아있는 옹이 : Live Burls>라는 시리즈의 작업은, 국립공원의 훼손된 나무를 찾아 4년간 기록한 결과물이다. 오래된 나무의 옹이는 무척 귀해서 밀렵꾼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훼손되고 있음을 알게 된 그들은, 8x10인치의 대형카메라와 흑백 필름을 사용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사진작업을 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그들은,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이 온전히 요구되는 쉽지 않은 과정을 선택했다. 이들의 사진은 천천히 깊게 바라보아야 표면을 넘어 읽을 수 있다. 모노톤의아름다운 질감과 구성, 그 뛰어난 사진적인 완성도와 대조되는 폭력적인 내용은 보는 이들에게 쉽게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지닌 커크와 그레첸의 작업과는 달리, 캐나다 사진가인 데이비드 엘링슨( David Ellingsen)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연출사진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5대째 벌목 사업을 해온 집안에서 성장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숲 속에는 그의 선조들에 의해 베어진 나무둥지들이 주검처럼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사진기를 든 환경운동가가 된 그는,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가 잘린 나무 밑동을 천으로 감싸주고, 나무들의 영정 사진을 찍어줌으로 과거와 화해한다. 자기 고백이 담긴 만큼 그의 작업은 강렬하고 실천적이다. 수백 년을 살다 간 죽은 나무의 자리에 새로운 나무가 올라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모습은, 인간 중심의 욕망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자연의 생명력을 실감하게 한다. 숲과 나무처럼, 단단한 육지가 우리 삶의 터전이지만, 실제로 인간의 몸이 70%가 물이다. 지구 위의 대부분의 생물들은 많은 부분 빛과 공기, 물의 순환으로 인해 생명을 유지한다. 하와이에 거주하는 사진가 웨인 레빈( Wayne Levin)은 땅 위보다 물속 풍경에 더 이끌린다. 그는 프리 다이빙으로 수중 생물들과 하나가 되어 유기적인 풍경 사진을 만들어 낸다.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무중력의 공간 속에서 촬영한 흑백사진들은 신비로운 빛의 환영이다. 숨을 참고 육체의 한계를 조율하며 찍어낸 그의 사진은 생명의 질서와 초월적인 영감으로 가득하다. 아직도 바다 속 풍경을 담는 80세 노장의 사진가는, 이제는좀 힘이 들어 숲의 새들을 찍는다고 웃으며 고백한다. 그가 사진에 담은 새들은 마치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와 닮아 있었다. 그렇게 하늘과 바다, 우주의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경계 없이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경험하는 과정이 아닐까. 관련 서적 (링크):<매거진 깃 8호 월든으로부터> Magazine Gitz 8 From Walden(international)<플로잉, 웨인 레빈> Flowing, Wayne Levin(international) 관련 링크:https://www.kolonsport.com/Content/62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