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부정하고를 반복하다 날카로운 분노에 휩싸였다. 나는 아버지의 삶을 헤아릴 그릇이 못 되는 작고 나약한 존재였다. 그러다 아버지의 물건들을 태우던 날, 오래도록 차갑게 밀어 두었던 거대한 슬픔이 현실로 밀려왔다. 스님이 된다는 것은, 재색 옷을 입고 죽은 자가 되어 현생을 살던 이름 석 자를 지우는 일이었다”_김정인

『묵안』은 작가의 특별한 상실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가족을 떠나 불교에 귀의한 아버지의 부재를 계기로 작가는 관계와 사랑, 영적 감각의 탐구와 치유를 위한 침묵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5년간 사진기를 들고 소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풍경과 대상을 기록하였고, 시간이 흘러 남은 시각적 흔적들은 작가의 시선을 투영하고 있음 발견했다. 작가는 그 이미지들을 다시 뒤섞고 연결하는 과정 가운데 사진 속 피사체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과거와 현재를 마주보고 미래를 잇는 치유의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 이 작업은 은유적 사진 이미지의 시퀀스를 통해 책으로 구현되어 삶과 관계를 겪어나가는 인간의 고통과 회복의 영감을 전하고 있다.

INTERNATIONAL >